2008년 08월 18일
[영화]월.E
     모처럼 휴가 첫날에 집사람이랑 둘째랑 월.E를 보러 갔어요. 막내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같이 가지 못하고, 둘째는 보고 싶어해서 따라왔어요.



     영화는 이미 감동스럽다는 것을 대충 알고 갔기 때문에 그 감동을 느끼는 것에 주력을 했어요. 살짝 눈물도 흘리구요. 홍월영님의 블로그에서 본 영화의 감동으로 앞의 단편을 잊어먹는다는 것도 알고 갔기 때문에 그것도 기억하려고 노력했지요. 로봇의 행동으로 감동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했어요.

    그러나 월.E의 모습에서 수백년간 주어진 임무만 묵묵히 수행해야 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느껴진 것은 약간 지나친 것이겠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태스크(Task)에 요령도 피우지 않고 바보처럼 일만 하는 모습은 어딘지 중년의 아빠같은 느낌이 들어요. 더구나 회로가 타버리고 난 다음 새로 회로를 갈아 끼운 뒤에도 다시 처음의 태스크만 기억하여 수행하려는 모습은 씁쓸하기까지 하더군요. 이에 반해서 이브의 모습은 완전 신인류의 모습에 부응하는 날렵한 모습에 스토리의 중대한 임무(mission)을 수행하는 일이 주어지고..... 그것도 자신의 사랑이 눈뜨면 뒤로 내팽겨칠 수 있는 능력과 과감성은 가정 내에서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요. 혼자서 고장난 부품을 갈아끼우고 비디오테이프(추억에만 잡혀있는 낡은...)만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퇴근 후의 모습은 벼랑 끝으로 몰려있는 기러기아빠의 모습과 유사한 것 같아서 더 슬펐어요.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어눌한 월.E와 매끈한 발음의 이-브는 정말 대조되지 않나요? 월.E가 이브의 로켓에 매달려가는 모습은 이사갈 때 버리고 갈 것을 대비하여 장농에 숨어있는(최근에는 개목걸이를 잡는 것으로 바뀌었죠.) 농담이 생각났어요. 하하. 더 심각하게 느낀 것은 인류가 다시 지구에 정착하고 난 뒤에 월.E에게 주어질 일이 뭔가 하고 고민하고 보니....새로운 것에 어울리는 부분이 없어서 더 씁쓸했어요.


     어찌되었건 모두 해비엔딩으로 끝났으니 좋긴합니다만....이브의 눈동자가 단호해지는 것을 보면 간혹 부부싸움할 때가 연상이 되어 깜짝 놀랐어요.



by 택씨 | 2008/08/18 08:56 | 예술관련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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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 at 2008/08/20 22:25

제목 : [리뷰] 월-E (WALL-E, 2008)
우리나라에서는 어른들이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아홉수'를 조심하라고 말이죠. 이는 픽사에게는 통하지 않나 봅니다. 하기는 소포모어 징크스도 가뿐히 무시해버린 픽사에게 이런 일종의 징크스 따위는 애초에 범접을 못하는 것일지도요. 픽사의 아홉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월-E"는 아름답고 장엄한 우주를 비추며 시작됩니다. 그리고 화면은 그 우주의 모습을 지나 황량한 지구를 보여줍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쓰레기 더미만 남은 지구. 그 안에 작은 ......more

Commented at 2008/08/20 00: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택씨 at 2008/08/20 08:42
비공개님 / 하하하. 좀 심리적인 부분이 있군요.
좀 과장된 해석인 셈이죠. ^^
Commented by 스테판 at 2008/08/20 22:26
...월-E는 아마도 그냥 이브한테 잡혀 살아야 맘 편할듯 하죠?^^;;;
Commented by 택씨 at 2008/08/21 08:54
스테판님 / .....그렇죠.
남자들은 자고로 여자들이 하자는데로 따라서 살면 제일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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